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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3중규제의 덫] (4) 해외사례와 국내진로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1 16:54

수정 2012.03.01 16:54

[게임산업 3중규제의 덫] (4) 해외사례와 국내진로

국내 게임 규제와 유사한 사례로 미국도 청소년 폭력 사건 이후 수차례 게임규제 등의 법안을 마련했지만 관련산업계와 학계의 법적대응으로 무산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게임규제안인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18세 미만 청소년에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한 캘리포니아주법이 위헌 판정을 받아, 지난달 180만달러의 세금 추징 판결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 따르면 정부부처 간 유사한 게임물 중복 규제로 혼란 및 예산과 인력의 비효율적 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미 청소년 게임규제법안 위헌판결

 미국은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비디오게임, 음악 등과 폭력성의 연관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5년 힐러리 클린턴 등 당시 상원의원 3명은 '가족 엔터테인먼트 보호법'을 입안해 통과되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어 2005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리랜드 이가 입안한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18세 미만의 청소년에 판매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주의회가 통과시키려 하자 법적공방으로 비화됐다.


 비디오소프트웨어상인협회(VSDA)와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의 예비적·사전적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즉각 항소했다. 이후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법안에 대해 '진보와 자유재단' '전자 프런티어 재단'은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연구를 제시하며 캘리포니아주를 지지했다.

 반면 ESA 측에는 음반, 영화, 출판 등 협회들이 동참했고 비디오게임이 청소년 폭력과 연관 있다는 증거가 없어 이 법률이 불필요하다는 법정의견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로드아일랜드, 아칸소, 조지아, 네브래스카, 노스 다코타,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워싱턴 등의 주들이 동참했다. 또 심리학자, 범죄학자, 의학자, 미디어학자 등 82명도 ESA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1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18세 미만의 청소년에 판매금지한 캘리포니아 주법을 7대 2로 위헌 결정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 법안 위헌 결정으로 지난달 180만달러의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 이 위헌 판정의 다수의견을 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백설공주는 독살되고, 빨간구두의 여왕은 주인공이 춤추다 죽게 만들고, 신데렐라 새언니들은 비둘기에게 눈알을 쪼이고,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를 오븐에 굽는 등 아이들이 읽는 책에도 선혈이 낭자하다"면서 "게임연구들은 폭력적 비디오 게임이 미성년자들의 공격적 행위를 유발한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셧다운제 같은 규제는 세계에서 중국, 태국 정도에서 추진·시행됐지만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중국도 셧다운제 같은 강제적 규제를 검토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또 중국은 중복규제를 차단하기 위해 '미성년자 부모 감독 프로젝트'제도 시행단계부터 신문출판총서, 중앙문명사무실, 교육부, 공안부, 공업과 정보화부 등 8개 부서에서 지난해 공동으로 게임중독 방지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태국의 셧다운제는 온라인상에서는 실효성이 없고, 청소년의 PC방 출입 가능한 시간을 규제하는 것이다.

 중국과 태국이 청소년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고자 했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시장 비중이 매우 높아 이런 규제를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2004년 그리스에서 '게임이용금지법'을 시행했다가 위헌 판결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독일도 총기사고 이후 밀리터리 게임 등 폭력적 게임에 전시 및 심의를 강화했지만 게임 이용 시간이나 사업 규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중복규제 혼란"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서는 "다수의 정부부처가 유사한 게임물 규제 중복으로 인한 혼란 및 정부 예산과 인력의 비효율적 운영이 우려된다"면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쿨링오프제'는 현재 시행 중인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를 보완해도 가능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인터넷, 방송, 영화, 출판 등과 비교해 게임이 학교폭력에 영향이 높다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학교폭력 예방을 이유로 교과부가 규제를 직접 실시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미약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게임물 규제 권한을 가능한 한 일원화하고,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택적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는 게임사업자는 유사한 내용의 강제적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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